불안장애의 원인과 역동
Ⅱ 원인과 역동
1. 생물학적 모형
대부분의 연구는 불안의 생물학적 원인을 단일기전보다 여러 시스템의 복합적 기전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자율신경계는 불안과 밀접한 연관을 보여, 불안이 발생하는 경우 자율신경계가 자극받으며 불안시 말초적 신체 증상, 즉 심맥관계 항진에서 비롯된 빈맥이나 소화기계 기능항진에서 비롯된 설사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이러한 생리적 또는 신체 증상은 불안의 주요한 증상이다. 불안이 발생하면 자율신경계가 항진되고 특히 공황의 경우 교감신경계 항진이 두드러지고 자극에 대한 적응이 느려지며 중등도의 불안에도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불안과 연관된 주요 세 가지 신경전달물질은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세로토닌(sero-tonin), 가바(gamma-aminobutyric acid, GABA)이다.
•노르에피네프린 : 노르에피네프린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에 관여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불안장애를 보이는 대상자의 경우 노르아드레날린성 체계 조절이 잘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끔 활동이 항진하는 양상을 보인다. 노르에피네프린을 생성하는 부분은 뇌의 청반핵(locus caeruleus)이며, 이 부분은 편도체(amygdala), 해마(hippocampus), 대뇌피질(cerebral cortex)과 같은 불안과 관련을 보이는 구조와 신경전달물질 경로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한 이유로 청반핵을 억제하는 삼환계 항우울제와 같은 약물을 투여하는 경우 일부 불안장애를 효과적으로 중재할 수 있다.
•GABA : 불안장애에서 GABA의 역할은 GABA 수용체에서 GABA의 활동을 항진시키는 벤조디아제핀의 항불안 효과가 가장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 또한 벤조디아제핀 길항제들은 불안증세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세로토닌 : 세로토닌과 불안의 연관은 불안장애 환자에게서 세로토닌 수용체의 민감성 변화가 발견된다는 것에 근거하며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SSRIs)와 같이 세로토닌을 조절하는 약물 역시 불안 조절에 효과가 있음을 이와 같은 주장이 뒷받침하고 있다.
삼환계 항우울제 중 세로토닌 재흡수를 억제해서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 클로미프라민은 항불안 작용을 나타내며, 특히 강박장애에 효과를 보여 미국 식품의약청(FDA)에서 최초로 강박장애 치료 약으로 승인하였다.
대뇌 구조와 불안의 관계는 편도와 해마가 불안과 관련이 있음을 앞서 지적했는데, 나쁜 냄새나 나쁜 맛과 같은 불쾌한 자극을 마주했을 때 PET 검사상 편도 혈류가 증가하고 중등도의 불안이 나타남을 보고한 연구도 있다.
또한 변연계(limbic system)와 대뇌피질 또한 불안장애와 연관이 있음이 알려져 있다.
유전적 요인에 관한 연구 결과 불안장애는 어느 정도 유전적 영향이 있다고 본다. 특히 공황장애의 경우 환자 직계가족의 발병률이 25%로 더 높고 여성의 발병률이 남성보다 2배 높다.
2. 정신역동 모형
정신역동 모형에서는 무의식에 있는 받아들일 수 없는 충동이 의식계에 표출되기 위해 압력을 가할 때, 이 압력이 위협이 되어 그 위협의 신호로 자아가 방어적 체제를 갖추는 과정에서 불안이 일어나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때 자아가 건강해 방어기제가 무의식적 생각이나 충동을 충분히 억압하면 불안은 사라진다.
프로이트는 두 가지 유형의 불안을 확인했다. 먼저 일차적 불안은 갑작스러운 자극과 손상에서 생겨난 배고픔과 목마름이 충족되지 못한 경우 점차 불안이 지속된다. 그러므로 일차적 불안은 외적 원인에 의한 긴장 상태라 할 수 있다.
인간에게 환경은 만족을 줄 수도 있고 위협이 될 수도 있으며, 이러한 경험은 후에 성인이 되어 불안 형성에 영향을 준다. 나이가 들고 자아가 발달하면서 다른 유형의 불안, 즉 후속 불안이 나타난다. 프로이트는 이 유형의 불안을 자아의 두 측면, 즉 이드와 초자아의 갈등으로 보았다. 이드는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충동을 대변하고 초자아는 양심과 사회화에 따른 각종 규제를 반영한다. 자아가 이 두 가지 요소를 중재하려고 시도할 때 이러한 갈등에 자아가 압도당할 위험에 처해있음을 경고해주는 것이 불안이다.
3. 대인관계 모형
대인관계 모형에서는 불안을 외부 환경에 대한 개인 반응으로 간주한다. 대인관계 이론가 중 특히 설리번(H. S. Sullivan)은 개인과 가족, 직장동료와 같은 일차적인 집단 사이에서 일어나는 기대와 불안정, 좌절, 갈등의 결과로 불안 증상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간주했다. 정신분석 이론가들과 마찬가지로 대인관계 이론가들도 초기의 발달과 경험이 후에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고, 설리번은 어머니(혹은 아동을 돌보는 사람)의 불안을 영아가 인식하는 것이 개인이 느끼는 첫 불안이라고 언급했다. 자아 체계는 중요한 사람에게 인정받느냐 아니면 비난받느냐에 따라 다르게 발달한다.
대인관계 이론에서는 불안을 폭넓게 정의하며 설리번은 불안을 삶에서 중요한 교육적 첫 경험이라고 믿었다. 설리번은 심리학의 중요한 과업 중 하나는 불안증상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불안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4. 행동주의 모형
학습이론에 근거한 행동주의 모형은 불안을 습득한 반응과 반응 경향성으로 설명한다. 특히 내부 갈등보다 외부 사건에 의해 촉발된 것으로 본다. 이 모형은 모든 행동은 학습되었다는 근거에서 출발한다. 불안은 인지한 위협이나 환경 자극에 대한 내적인 조건화된 반응, 즉 배운 행동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린이가 어머니와 떨어질 때 불안한 행동을 나타냈다면, 후에도 누군가와 헤어질 때 불안한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정신 역동적 모형이 대상자의 정서나 발달 상태에 초점을 맞춘다면, 행동주의 모형은 대상자 행동에 초점을 맞추며 불안장애 치료에서 가장 효과적인 기초가 된다.
5. 인지주의 모형
인지주의 모형은 인지적 과정이 왜곡되어 불안이 나타나는 것으로 가정한다. 인지적 왜곡은 특정한 장소나 문제와 관련되어 일어난다. 이러한 인지적 왜곡은 상황에 대한 비현실적 평가나 위험을 일관성 있게 과대평가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사람들의 사고는 상황 특성과 쉽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취약성이 있다. 따라서 기존의 태도나 공포 같은 취약 요인을 유발하거나 확대하는 촉발사건에 영향을 쉽게 받는다. 이러한 태도가 계속 강화되면 덜 특징적이고 덜 회피하고 싶은 상황에서도 위험 관련 사고가 쉽게 활성화된다. 그 결과, 불안한 사람들은 내적 또는 외적 자극이 위험신호가 있는지 끊임없이 살핀다고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