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장애의 정의와 원인(1)
Ⅰ. 정의
인간의 감정 상태는 기분(mood)과 정서(affect)로 이루어진다.
기분은 비교적 오랜 기간 지배적으로 유지되는 감정을 의미하고,
정서는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느낌을 나타내는 비교적 짧은 기간의 감정을 의미한다.
슬픔이나 단기간의 우울은 상실이나 실망감을 경험하면서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정서지만,
심한 우울은 객관적인 현실과는 무관하게 기분이 가라앉고 슬픔이 지속해서 나타나는 병적 기분장애이다.
이와는 반대로, 조증은 현실과 무관하게 기분이 들뜨고 과장된 자신감에 차 있는 기분장애이다.
모든 정신 기능은 지속되는 기분에 의해 좌우되기에 기분장애가 있다면 직장과 일상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기분장애는 중증도(severity)와 지속 기간(duration)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두려움이나 즐거움, 불안, 분노, 슬픔, 놀람 등은 정상적으로 경험하는 다양한 정서 반응이다.
특히 슬픔(grief)이나 애도(mourning) 과정은 실제의 스트레스 원에 적절하게 반응하는 적응과정으로 볼 수 있다.
감정은 자신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를 인식하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자기 삶을 사는 것이고 이를 통해 사회적 교류와 방어기제가 작동하며 개인의 삶이 영위된다.
그러므로 건강과 질병의 연속선상에서 볼 때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것은 건강이며, 감정의 억제는 질병으로 나타난다.
감정 억제는 자신의 감정을 부인하는 상태로, 자신의 감정과 분리되고, 표현하기보다는 내재화하게 됨을 의미한다.
물론, 일시적인 감정 억제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상실에 대한 애도 감정이 지연되거나 부정하는 경우와 같이 감정 억제가 심각한 경우는 상실 문제를 해결하고 적응하기 어려워진다.
Ⅱ. 원인
다른 정신장애와 마찬가지로 기분장애의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많은 전문가가 동의한 원인적 요소들을 이해하는 것은 기분장애의 병리기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 생물학적 원인
기분장애, 특히 우울증의 발현 기간에는 많은 신체 기관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듐(Na)과 포타슘(K)의 전해질 불균형이나 자율신경계 조절의 역기능·부신·갑상샘·성호르몬 그리고 신경전달물질·신경 수용체 막의 변화 등이 보고되며, 특히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을 포함하는 생체아민, 세로토닌, 아세틸콜린 등의 신경전달물질이 이에 포함된다.
1) 유전
기분장애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흔히 나타나고, 특정 유형의 가족이나 친척에서 발생빈도가 높게 나타난다.
일반 인구의 출현 빈도에 비해 가족의 출현 빈도는 양극성 장애 Ⅰ유형이 8~18배로 현저히 많으며, 주요우울장애는 2~10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가족 내에서도 형제자매의 빈도가 높으며, 쌍생아 연구에서 일란성 쌍생아의 경우는 이란성 쌍생아보다 2~4배 이상의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
2) 생화학적 원인
기분장애는 특정 신경세포의 시냅스 부위에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과다나 과소, 혹은 기능 결함이 있는 것과 관련이 있으며, 또한 신경 수용체 막(neuronal receptor membrane)의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
신경전달물질의 기능결함이 있다면 신경세포들 사이에서는 전기화학적 충격이 전달되지 않으며, 신경 수용체의 변화는 다른 행동 증상을 유도할 것이다. 아민 계통을 포함한 신경전달물질의 생물학적 작용기전의 이해는 기분장애의 진단이나 분류 및 약물치료에 중요한 근거가 된다.
(1) 생체아민
아민 가설(amine hypothesis)에 따르면 양극성 대상자는 우울증 기간에 상대적으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활성이 낮으며, 세로토닌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증의 원인은 중추신경계의 노르에피네프린 감소로 보는데, 이는 대상자의 소변에서 노르에피네프린의 대사산물인 3-methoxy-4-hydroxyphenylglycol(MHPG) 농도가 낮다는 데 기초한다.
항우울제의 작용기전에 대한 연구를 근거로 제시된 수용체 가설(receptor hypothesis)은 수용체의 감수성 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것은 항우울제의 사용으로 신경전달물질의 재흡수는 바로 일어나지만 효과는 베타 아드레날린 수용체와 5-HT2 수용체의 감수성이 저하되는 2~3주 후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세로토닌의 감소가 우울증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세로토닌의 대사산물인 5-히드록시인돌아세트산(5-hydroxyindolacetic acid, 5-HIAA)이 우울증 대상자의 뇌하수체 액에서 감소하였다는 보고가 있다. 이것은 플루옥세틴(Prozac)과 같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absorption inhibitor, SSRI)의 항우울 작용이 근거를 제시한다. 또한, 세로토닌은 자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보고가 있는데, 사망자의 사후 뇌 조직에서 세로토닌 또는 5-HIAA의 농도가 감소하여 있고, 시냅스 후 5-HT2 세로토닌 수용체의 밀도가 증가하였다.
(2) 신경내분비계 작용
뇌하수체 전엽 호르몬은 시상하부의 신경 내분비세포에 의해 지배되는데, 이것의 활동은 생체아민을 비롯한 여러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조절된다. 우울증에서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의 기능이 항진되는데, 심한 우울장애 대상자, 특히 심한 불안, 자살 충동, 정신병적 상태일 때는 코르티솔 분비가 증가한다.
따라서 일부 우울장애 대상자에게서는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에 의한 코르티솔 분비 억제가 일어나지 않으며, 이것은 코르티솔 합성 유사체인 덱사메타손 1mg을 투여하여 시행하는 덱사메타손 억제검사(dexamethasone suppression test, DST)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쿠싱 증후군, 콩팥질환, 간질환, 당뇨, 급성 입원, 스테로이드·에스트로겐 등의 복용으로 인하여 위양성(false positive) 반응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DST를 정규 검사로 시행하지는 않는다. 또한 갑상샘 축의 기능 이상도 기분장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갑상샘저하증은 우울 증후군을, 갑상샘항진증은 이차적 조증을 일으킨다.
(3) 신경펩타이드
신경펩타이드가 행동, 심리, 내분비 기능에 복잡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결과는 일정치 않다. 일부 연구에서 우울증 대상자에게 혈장 베타엔도르핀(β-endorphin) 증가와 소마토스타틴(somatostatin) 저하 그리고 알기닌 바소프레신(arginine vasopressin)의 뇌척수액 농도 감소가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다.